일본 게임 회사 임원은
왜 광주에서
반찬 가게를 열었을까?
남도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 간편하게 - 비움반찬 이야기
안녕하세요. 비움반찬 대표를 맡고 있는 이호진입니다.
저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비움반찬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반찬 가게 6개 지점과 온라인 반찬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향 광주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20년간 일본에서 생활했습니다. 일본 동경대를 졸업하고, 15년 넘게 일본에서 게임 회사 임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반찬 가게 대표가 되었죠. 저를 예전부터 아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이런 제 변신(?)을 알게 되신 분들도 많이들 궁금해하세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제가 왜 비움반찬을 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말씀드려볼게요.
사실 저도 비움반찬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는 도전보다는 안정을 좇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은 많았지만, 큰 회사가 주는 안정적인 생활과 15년 넘게 쌓아온 해외 게임 사업 경력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러다 2년 전쯤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가 오랜만에 일본 여행을 왔고, 저도 휴가를 내 함께 어울렸어요. 이제 삶의 중턱을 넘어가는 나이가 된터라 삶의 가치,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죠. 정말 예기치않게도 이때의 만남이 제게 큰 도전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어요.
제 스스로를 북돋을 수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일. 내가 동네라고 느낄 수 있는 골목과 지역에 기쁨과 활력을 가져올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렇게 친구와 함께 고민하면서 찾았어요. “집에서 즐겁고 편안한 식사를 통해 위안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
일과 사람에 힘들고 지칠 때면 얘기하시죠?
맛있는 거 먹자
가족과 친구, 연인과 맛있는 한 끼 식사에 위로를 받잖아요. 맛있는 음식에 기뻐하고, 요리해준 사람의 정성에 고마워하는 마음이 생길 때 가장 따뜻한 교감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 일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만족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사업적인 성취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할 것 같았어요.
비움반찬의 준비
비움반찬이라는 도전은 제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계산보다는 제가 노력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트렌디한 스타트 업은 아닐지라도, 꾸준히 평생을 걸쳐 계속할 수 있는 도전인 거죠.
이전에도 창업 경험은 있었던 터라 “온라인으로 맛있는 반찬을 제공하자!”라는 결심이 선 후에는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준비했어요.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전념하고, 시장조사도 병행했죠.
손맛 좀 낸다는 반찬 가게들은 오프라인에 군데군데 존재했지만, 재료와 위생에 대해 신뢰를 주지는 못했어요. 반찬의 가짓수도 부족했고요. 온라인 주문과 빠른 배송을 자랑하는 온라인 전문 반찬 쇼핑몰은 과하게 규격화된 맛이어서 깊은 맛은 없었죠.
뻔한 이야기지만 맛과 신뢰할 수 있는 재료로만 승부하겠다고 중심을 잡았어요. 너무나도 당연한 이 기본을 제대로 구현해 낸 곳은 아직 없다고 생각했어요. 백반집에서 나오는 반찬들도 하나하나 까탈스럽게 맛을 보며, 1년간 연구를 반복했어요.
집에서 하는 식사는 평범해 보이지만 큰 의미가 있어요. 사실,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는 시간도 없고 의욕도 안 생겨서죠. 모두가 느끼듯이 집에서 여유롭게 또는 개성있게 즐기는 한끼는 휴식이기도 위안이기도 격려이기도 해요. 때우고 마는 끼니가 아니라, 온 가족이 모이고 싶은 즐거운 식탁을 만들기 위해 비움반찬을 시작했어요.
건강하고, 정직한 비움반찬의 식재료
반찬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걱정하는 점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걱정이라 생각해요.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하고 맛 좋은 재료, 다시 말해 집에서 직접 만든다면 구매했을 법한 재료를 사용하냐는 것이죠.
비움반찬은 더 나아가서, 접하기 힘들거나 유독 비싼 가격 때문에 단념할 수밖에 없었던 고급 재료까지도 적극적으로 반찬 재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식자재를 유통하시던 분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렇게까지 좋은 건 필요 없을 텐데..”라고 이야기하십니다.
하지만 짧지 않은 준비 기간과 창업 초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았어요. 생산자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정직한 원재료를 쓰는 것을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요.
맛있게 조리하기에 앞서 안심과 신뢰를 줄 수 있는 회사임을 고객분들께 선보여야 해요. 그래야만 이 고객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 오래 두고 먹는 밑반찬 위주의 식탁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아무리 맛있어도 계속 같은 반찬만 본다면 만족도는 떨어지겠죠. 가장 맛있을 때, 가장 맛있게 먹을 정도만 먹게 되면 싫증도 안 나고 하나하나의 반찬에 더 깊이를 찾게 될 거예요. 그럴때야말로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조리했는지, 아니면 좀 느리더라도 사람의 손을 통해서 조리했는지 소비자들이 판단해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광주에서 시작한 비움반찬
서울이 아닌 광주에서 비움반찬을 시작하게 된 데는, 좋은 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구할 수 있다는 점, 가까운 곳에 생산자가 많아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이 큰 이유에요. 비움반찬은 가능한 많은 식재료들을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여 구매하고 있어요. 유통 상인들을 통해서라면 훨씬 더 편리하겠지만, 생산자의 뿌듯한 표정을 보고 얻을 수 있는 안심은 약간의 불편에 비할 바가 못되죠. 물론 수도권 시장 규모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고객과 더 가깝게 교류하면서 맛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에는 오히려 적합한 환경이에요. 음식을 다루는 사업은 스피드를 우선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광주에서는 손맛에 일가견 있고 자부심이 넘치는 조리 인재풀이 풍부해요. 남도 음식은 예부터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하고 가짓수가 많은 걸로 유명하죠. 각 가정마다 대를 이어온 레시피 한 두가지씩은 당연히 갖고 있어요. 평범한 요리 하나에도 갖은 양념과 젓갈로 손맛을 더하는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죠. 특히 비움반찬은 식당의 주방이 아닌 가정의 주방에서 조용히 활약해온 숨겨진 고수들과 함께 일해요. 화려함보다는 내 가족의 건강과 안심,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맛을 내는 진정한 고수들이죠.
앞으로 비움반찬은요
한식은 세계의 다른 나라 사람들도 즐길만한 보편적인 요소가 가득해요. 고추장 양념은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맛으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국 요리의 깊게 우러난 맛은 따뜻하죠. 특히 나물 요리의 정갈함과 담백함이 가진 힘은 엄청납니다. 한국에서의 사업이 궤도에 오른 후에는 늦지 않게 일본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20년 가까운 일본 생활에서 얻은 경험도 충분히 활용하여, 한식의 즐거움을 글로벌하게 퍼뜨리고 싶어요.
여러분의 가정에 즐거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저와 비움반찬 임직원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